가을 2
동부의 가을을 지내고 왔더니 서부의 가을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이 동네의 날씨는 여전히 적응중인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하나 익숙한 날씨가 없다. 또한 아주 가까운 거리 사이에서도, 해양성 기후와, 반도, 그리고 산들이 다양한 종류의 국소적인 날씨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일례로, 샌프란시스코의 날씨는 한 여름에도 기온이 뜨거운 여름의 온도 까지는 잘 가지 않고, 저녁이 되면 얇은 점퍼나 패딩을 입어야 하는데, 차로 30분 40분 정도만 내려오면, 뜨겁고 건조한 기후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곳에도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꽤나 오래 머문다. 파아란 하늘 사이로 보이는 푸르디 푸른 나무들과, 그리고 그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빨갛고 노란 단풍 나무들. 그리고 입사귀가 거의 다 떨어진, 한 겨울의 나무들. 반팔을 입어야 하는 온도와 뜨거운 햇볕 사이로 존재하는 이 풍경에 아직도 적응중이지만, 온 계절의 색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꽤나 신기한 요즘이다.
얼마 안 있으면 겨울이다. 눈이 내리지 않는 대신에 비가 많이 오는 이 동네의 겨울은, 춥지 않은 대신 조금 을씨년 스럽다. 흰눈이 가져다주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없는 연말에는 언제쯤 적응을 할 수 있을련지. 대신 산과 들의 색이 노란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뀐다. 일년동안 꽤나 가물다가, 겨울이 되면 내리는 비에, 세상이 초록빛으로 변한달까.
언제까지 낯설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련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매 계절과 시간들이 낯설다.
얼마나 이곳에 더 존재하게 될련지는 모르겠지만, 존재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 눈과 마음에 담으려 노력중이다.